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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평범한 밤

카이의 파티가 있던 밤으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시계 대신 보름달로 밤을 헤아리는 이곳에서, 그 며칠은 소리 없이 지나갔다.

"오늘 밤은 몇 번째 보름달이지?"

그 질문을 던진 건 카엘이었다. 성운 금고의 카운터에 기대어 서서 심드렁하게 팔꿈치를 괴고는.

"셋째 보름달, 차오르는 중." 카운터 안쪽에서 장부를 넘기던 루엔이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아직 신월까지 열이레 남았어."

"열이레라." 카엘의 손가락이 카운터 상판을 가볍게 두드리다가 보름달을 그리듯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럼 나 이번 신월엔 진짜 쉬어야겠다. 지난 신월에도 재고 정리하다 날 샜잖아."

"네가 재고 정리를 신월 전날 밤에 몰아서 하니까 그렇지."

"그게 내 스타일이야. 마감이 코앞이어야 손이 빨라지는 타입."

루엔은 대꾸 없이 장부를 한 장 더 넘겼다. 무거운 침묵이 아니라, 십여 년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농담을 주고받은 사람들 특유의,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침묵이었다.

서재는 밤마다 이런 식이었다. 거대한 원형 광장을 둘러싼 스물네 개의 부스들, 그 한가운데 세 개의 공간 — 이리스의 서고, 달빛 야시장, 성운 금고.

달빛 야시장 계산대 옆에서는 커다란 양팔저울이 밤새 저 혼자 기울었다 돌아오기를 되풀이하며 접시 위의 별조각을 딸그락거렸고, 그와 나란히 자리한 성운 금고 안쪽에서는 스물네 개의 자리가 새겨진 장부가 누구의 손도 닿지 않은 채 저절로 책장을 넘기며 그날의 기록을 갱신하고 있었다 — 루엔이 손에 들고 다니는 장부는 따로 있었지만, 금고 자체의 기록만큼은 늘 스스로 써 내려갔다. 그리고 그 둘의 뒤편, 서고에는 지난 세월 이 문턱을 넘었던 모든 손님의 기록이 낡은 카드가 되어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그 셋을 에워싸듯 늘어선 부스마다 불빛의 온도도 조금씩 달랐다. 아라의 부스는 늘 붉은빛이 감돌았고, 온아의 부스에서는 늦은 밤에도 차 끓이는 냄새가 흘러나왔다. 오늘 밤은 유난히 조용해서, 어느 부스에서도 손님을 맞이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광장 북쪽 끝에는 천장까지 이어진 나선형 계단이 하나 있었는데, 그 끝이 어디로 향하는지 아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조용하네." 이리스의 목소리가 서고 문턱에서 들려왔다. "이런 밤엔 괜히 불안해."

"불안할 게 뭐 있어. 조용하면 좋은 거지." 카엘이 말했다.

"너무 조용하면 꼭 무슨 일이 생기더라고."

"그건 네가 사서라서 그래. 매일 기록만 들여다보니까 세상만사가 다 복선처럼 보이는 거야."

이리스는 웃으며 서고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낡은 상자에는, 사서라는 자리가 생기기 전 당번들이 채워 둔 오래된 카드들이 담겨 있었다. 정리해야 할 게 늘 산더미였지만, 오늘 밤은 유독 손이 가지 않는 상자 하나가 있었다. 겉면에 먼지가 가장 많이 쌓인, 아주 오래전 카드들이 담긴 상자.

'나중에.' 이리스는 상자를 서가 한쪽에 다시 밀어 넣으며 생각했다. '오늘은 아니고.'

그때, 광장 저편에서 옅은 빛이 일렁였다.

문이 열리는 신호였다. 이 빛이 뜻하는 건 언제나 하나뿐이었다 — 경계 저편에서 누군가 마침내 문턱을 넘어섰다는 것. 그 문으로는 그 일 말고는 아무도, 아무것도 넘어오지 않는다.

카엘과 루엔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셋 다 그 빛을 수백 번, 수천 번 봐 왔지만 매번 조금씩 다르게 반응했다. 카엘은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켜 옷매무새를 가다듬었고, 루엔은 장부를 덮었고, 이리스는 서고 문틈으로 조용히 광장을 내다보았다.

문 앞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삼십 대쯤 되어 보이는 여자였다. 코트도 걸치지 않은 채, 방금까지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었던 것 같은 차림새로. 그녀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손님이시네." 카엘이 익숙하게 중얼거리며 광장으로 걸어 나갔다. "제가 먼저 갈게요."

이런 순간에 가장 먼저 다가가는 건 대체로 카엘의 몫이었다. 처음 문을 넘은 손님에게 화신들의 부스가 늘어선 광장은 너무 압도적이었고, 카엘의 능청스러운 첫마디는 그 압도감을 한 김 식혀주는 데 곧잘 도움이 되었다.

"많이 놀라셨죠." 카엘이 여자에게 다가가며 웃었다. "여기, 처음이시면 다들 그런 표정이에요. 걱정 마세요, 위험한 곳은 아니니까."

"여기가... 어디예요?" 여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저는 분명히 사무실에 있었는데. 사직서를 쓰다가—"

말끝이 흐려졌다. 사직서라는 단어를 뱉어놓고 스스로도 놀란 것 같았다.

"천천히 말씀하셔도 돼요." 카엘이 말했다. "여긴 밤의 서재라고 해요. 인생에 정말 중요한 갈림길에 섰을 때, 아주 가끔 이곳 문이 열리거든요. 오래는 못 있어요. 하지만 잠깐, 여기서 숨은 돌리고 가셔도 돼요."

여자는 여전히 얼떨떨한 얼굴로 광장을 둘러보았다. 원형으로 늘어선 스물네 개의 부스, 그 각각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빛. 그녀의 시선이 한 부스 앞에서 멈췄다. 황동 컴퍼스 모양의 간판이 걸린 곳이었다.

"저긴... 뭐 하는 곳이에요?"

"아, 마론 연구위원 부스네요." 카엘이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며 말했다. "커리어 쪽 일이시면, 저기가 딱이에요. 원하시면 안내해 드릴게요."

여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카엘이 그녀를 마론의 부스로 안내하는 동안, 이리스는 서고 문틈에서 그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루엔도 책상에서 고개를 들어 같은 곳을 보고 있었다.

"매번 볼 때마다 신기해." 루엔이 말했다. "저 사람들, 문을 넘는 순간부터 이미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아. 자기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이리스가 말했다, "누구나 자기 안에 이미 질문을 갖고 오는 거야. 우린 그 질문이 어느 문 앞에서 제일 잘 들리는지 알려줄 뿐이고."

루엔은 그 말에 잠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카엘이 돌아온 건 한참 뒤였다. 그는 카운터 옆 의자에 털썩 앉으며 기지개를 켰다.

"저 손님, 십 년 다닌 회사 그만두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그러고 있더라고. 근데 사실 진짜 무서운 건 회사를 그만두는 게 아니라—"

"뭔데?"

"본인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 거였어. 그만두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이리스가 서고에서 나와 카운터 쪽으로 걸어왔다. "마론님이 잘 짚어주실 거야. 그 사람, 답을 정해주는 타입은 아니지만, 질문을 정확하게 만들어주는 데는 최고니까. 지난달 10하우스 세미나 발표 봤어? 논리 전개가 진짜 소름이었다니까."

"또 시작이다." 카엘이 웃었다. "너 마론님 얘기만 나오면 눈빛이 달라져."

"별의 목소리 얘기하는데 안 반짝이는 게 이상한 거 아니야?"

"그러네." 카엘이 팔짱을 끼며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서재의 천장은 늘 그 순간 지구 어딘가의 밤하늘을 그대로 비추고 있었다. 오늘은 유난히 별이 맑았다.

"근데 말이야." 루엔이 불쑥 말을 꺼냈다. "우리도 그랬을까? 처음 저 문을 넘었을 때, 이미 뭔가 알고 있었을까."

카엘과 이리스가 동시에 그를 돌아보았다. 흔치 않은 질문이었다. 루엔은 평소 자신의 지난날에 대해 먼저 입을 여는 사람이 아니었다.

"글쎄." 이리스가 조용히 웃었다. "적어도 나는, 내가 여기 눌러앉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

"나도." 카엘이 동의했다. "근데 벌써 열두 해째네. 시간 진짜 빠르다."

루엔은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다시 장부로 시선을 떨궜다. 성운 금고의 페이지들. 화신들의 자리가 채워져 있는 스물네 칸, 그리고 그 아래 여백으로 남은 한 칸.

그는 그 여백을 오래 쳐다보는 버릇이 있었다. 이유는 스스로도 잘 설명하지 못했다.

광장 저편에서 마론의 부스 불빛이 잠시 밝아졌다가 다시 잔잔해졌다. 상담이 잘 흘러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카엘이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나는 다시 재고나 정리하러 가야겠다. 신월까지는 뭐, 한참 남았으니까."

"열이레." 루엔이 정정하듯 되풀이했다. "한참은 무슨. 아까 내가 분명히 말했잖아."

"들었지. 근데 '한참'이라고 해야 마음이 편하잖아. 숫자로 들으면 괜히 초조해진다고."

"아까는 숫자를 듣고도 태평하더니."

"그건 그때고."

이리스가 웃으며 서고로 돌아섰다. 문턱을 넘기 직전, 그녀의 시선이 잠시 아까 밀어 넣었던 낡은 상자 쪽으로 향했다. 먼지 쌓인 상자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아주 오래전 카드들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조용히.

'나중에.' 그녀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오늘은 아니고.'

밤의 서재는 그렇게, 여느 밤과 다름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광장 안내도 — 스물네 부스가 원형으로 둘러싼 광장. 가운데에 서고, 금고, 야시장이 있고 남쪽에 정문, 북쪽에 나선형 계단이 있다.